"AI반도체 압도적 성능, 발열잡는 냉각시스템이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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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솔루션 전문기업 MHS 임종수 대표
독자 개발 수랭식 냉각시스템
기존 방식보다 높은 효율 장점
냉각기술은 중요한 AI인프라
항공·방산 등 확대 적용 중
엔비디아에도 공급 목표
세계시장 선도하고 싶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급격한 확산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 챗GPT로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이 예삿일이 됐다.

기업들 역시 AI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고, 다양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출시하며 산업의 판을 새롭게 짜고 있다. 'AI 혁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혁신의 이면에는 치명적인 기술적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발열' 문제다.

AI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는 수천, 수만 개의 AI 반도체 칩이 24시간 내내 고성능 연산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3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우리의 GPU가 녹고 있다(Our GPUs are melting)"고 올려 서버 과부하의 심각성을 암시했다.

실제로 챗GPT-4o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출시된 첫 일주일 동안 7억장이 넘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사용된 전력은 미국 내 약 6만7000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했다. 이처럼 AI 연산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소모는 곧 시스템 발열 문제로 이어진다. 


이제 냉각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십만 개의 칩이 쉼 없이 작동하는 데이터센터에서 냉각 시스템은 IT 인프라의 안정성과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 복잡한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냉각 솔루션 전문 기업 엠에이치에스(MHS)다.

MHS는 자체 개발한 수랭식 냉각 시스템 'MACS(Micro Aqua Cooling System)'를 통해 차별화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마이크로 채널 구조를 적용해 냉각수 흐름을 극대화하고, 열교환 면적을 넓혀 기존 수랭식 대비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현재 MHS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국내 주요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임종수 MHS 대표는 "AI 반도체의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냉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전체 시스템의 가용성은 결국 냉각 기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홍익대 기계공학과에서 전산유체역학(CFD)을 전공한 뒤, 삼성 종합기술원 출신들이 창업한 셀시아테크놀러지스에서 히트 스프레더 개발 총괄을 맡았다. 이후 지멘스에서 CFD 전문 기술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업계에서 그는 '냉각 기술 전문가'로 통한다.


임 대표는 "과거에는 알루미늄 핀을 꽂는 공랭 방식으로도 어느 정도 냉각이 가능했지만, AI 반도체는 이야기가 다르다"며 "지금은 발열이 1㎾를 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수랭 방식이 필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의 발열량은 700W에 달하며, 차세대 모델인 '블랙웰', '루빈', '페인만' 시리즈는 최대 1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서버를 액체에 통째로 담그는 '액침 냉각'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임 대표는 "액침 냉각 방식은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관리 부담도 만만치 않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MHS의 MACS 기술은 마이크로 채널 구조를 통해 냉각수의 흐름을 유도한다. 수십~수백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좁은 채널을 활용하면 물이 빠르게 이동하면서도 열전달 면적이 넓어져, 동일한 유량으로도 뛰어난 냉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마치 모세관 현상처럼 자연스럽게 냉각 효율을 높이는 원리다. 임 대표는 "기존 기술자들이 압력손실만을 우선 고려한 반면, 우리는 미세 유체 역학을 기반으로 채널 구조 자체를 새롭게 설계했다"며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쳐 끝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MHS는 AI 반도체를 넘어 전기차, 항공, 방산, 의료기기 등 고발열 산업 전반으로 냉각 솔루션을 확대 적용 중이다. 현재 HL클레무브, 휴니드테크놀러지스, 씨젠, 지멘스헬시니어스 등과 협력하며 응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임 대표는 "냉각 기술은 앞으로 모든 고집적 전자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전 산업 분야의 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MHS는 독보적인 냉각 기술 덕분에 최근 위벤처스, 경남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임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엔비디아에도 MACS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냉각 기술을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대기 기자]


"AI반도체 압도적 성능, 발열잡는 냉각시스템이 좌우" - 매일경제